거리와 상점, 건물의 출입구 등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CCTV 영상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는지, 사건을 살펴보는 영상분석의 역할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특정 시간에 누가 그 장소를 지나갔는지, 차량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처럼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CCTV가 모든 장면을 선명하고 완벽하게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의 위치와 화질, 빛의 상태 등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수사에서는 영상자료를 어떻게 살펴보고 어디까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CCTV가 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 수 있겠네요?” 영상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밤사이 한 상점에서 물건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행히 출입문을 향해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상점 주인은 안심하며 말합니다.
“CCTV만 확인하면 누가 들어왔는지 바로 알 수 있겠네요.”
실제로 CCTV는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에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을 수도 있고 사건 전후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나 진술과 달리 영상은 카메라에 들어온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카메라에 실제로 촬영된 범위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출입문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상점 내부 전체가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의 반대쪽이나 물건에 가려진 장소에서 일어난 일은 영상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촬영 각도 역시 중요합니다.
사람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면 얼굴의 여러 특징이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뒷모습만 촬영되었다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됩니다.
모자를 쓰고 있었다거나 다른 물체에 일부가 가려졌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빛도 영상의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낮에는 비교적 선명했던 장소라도 밤이 되면 모습이 다르게 기록될 수 있습니다. 강한 빛이 카메라를 향하거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차이가 크다면 일부 장면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자체의 해상도와 촬영조건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CCTV에 찍혔다”는 것과 “CCTV에서 필요한 특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영상 속에 사람이 나타났더라도 얼굴이 몇 개의 흐릿한 형태로만 보인다면 그 영상만으로 개인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영상에 보이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바로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애초에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한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CCTV는 사건 현장을 모든 방향에서 완벽하게 지켜본 눈이 아닙니다.
특정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가 특정 시간과 범위에서 기록한 하나의 자료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흐릿한 CCTV도 선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영상 보정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흐릿한 CCTV 화면을 확대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화면 속 작은 차량을 크게 확대하자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글자까지 갑자기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실제 영상분석에서도 흐린 영상을 계속 확대하면 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 영상에는 처음 촬영될 때부터 한계가 존재합니다.
디지털 영상은 수많은 작은 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이 영상에서 아주 작은 크기로 기록되었다면 얼굴을 구성하는 정보 자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을 크게 확대하면 화면의 크기는 커지지만 원래 촬영되지 않은 세부정보까지 새롭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영상분석 과정에서는 밝기나 대비 등을 조절하여 원래 영상에 존재하지만 알아보기 어려웠던 부분을 좀 더 확인하기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 장면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한 장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특징을 다른 장면에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영상 보정은 원래 기록된 정보를 살펴보기 쉽게 하는 것이지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한 사실을 새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흐릿한 사진이나 영상을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이 보기 좋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새롭게 나타난 모든 세부모습을 실제 촬영 당시의 사실이라고 곧바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추정하여 만들어낸 부분과 원본에 실제로 기록된 정보는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의 속도와 시간정보도 중요합니다.
모든 CCTV가 현실의 움직임을 똑같은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방식이나 저장상태 등에 따라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게 보이거나 일부 순간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 속 사람이 몇 초 동안 이동한 모습을 보고 실제 움직임을 해석할 때도 영상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영상자료 자체가 원본인지, 복사되거나 변환되는 과정이 있었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러 번 저장되거나 다른 형식으로 변환되면서 화질이 낮아질 수도 있고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상분석에서는 단순히 화면을 크게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영상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보관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CCTV에 비슷한 사람이 찍혔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상점 CCTV를 확인하던 중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한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영상 속 사람은 검은색 상의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마침 사건과 관련해 확인하고 있던 사람도 비슷한 옷을 가지고 있습니다.
“옷도 비슷하고 체격도 비슷하니 같은 사람 아닐까요?”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영상분석에서는 이런 인상만으로 사람을 확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검은색 옷이나 운동화처럼 흔한 특징은 많은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키와 체격도 카메라의 거리와 각도에 따라 실제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사람의 크기가 화면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처럼 영상 속 모습에는 카메라의 위치와 공간적인 조건이 영향을 줍니다.
얼굴이 촬영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히 선명한 영상과 그렇지 않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흐릿한 얼굴을 보고 “누구와 닮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특징이 충분하다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영상의 시간과 장소입니다.
한 대의 CCTV만 보는 것보다 주변의 다른 영상자료가 있다면 사람이나 차량이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장소에서 보였던 사람이 잠시 뒤 다른 장소의 영상에서도 확인된다면 시간과 이동관계를 살펴볼 자료가 늘어납니다.
반대로 예상했던 시간과 맞지 않는 영상이 확인된다면 기존의 생각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 속 행동을 해석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주변을 여러 번 바라보는 모습이 찍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수상한 행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길을 찾고 있었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에는 행동은 기록되어도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생각이나 의도까지 찍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상자료는 다른 사건정보와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출입기록, 현장에서 확인된 흔적 등과 영상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검토하는 것입니다.
영상과 다른 자료가 일치한다면 사건을 이해할 정보가 늘어날 수 있고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음성분석과도 비슷합니다.
녹음된 목소리가 사건 전체를 말해 주지 않았던 것처럼 CCTV 영상 역시 카메라 앞에서 일어난 장면의 일부를 기록할 뿐입니다.
과학수사에서는 영상에 보이는 사실과 그 장면을 보고 사람이 추측한 내용을 구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결국 CCTV의 가장 큰 가치는 사건을 대신 해결해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특정 시간과 장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다른 자료와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CCTV를 비롯한 영상자료는 사건 당시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 특정 장소의 상황 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영상을 비교하면 사건 전후의 흐름을 살펴보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흐릿한 영상을 확대한다고 원래 촬영되지 않은 정보까지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의 화질과 각도, 빛, 촬영범위 등 영상의 한계를 고려하고 다른 사건자료와 함께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영상분석에서 중요합니다.